인테리어와 부동산/인테리어 참고사진

케이프타운에서 펼친 동심인테리어 '기차유치원'

가빈 쌤 2011. 6. 28. 20:06

 

 

 

스타일리스트의 눈에 든 소소한 인테리어 1

여성중앙 | 입력 2011.06.28 18:36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
케이프타운에서 펼친 童心 인테리어 '기차 유치원'


'봉사'란 말을 붙인다는 건 쑥스럽다 했다. 그저 여행길에, 운 좋게도 좋아하는 일을 체험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 아이들을 위해 기차 유치원을 만들면서 새로운 행복을 배웠다는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의 색다른 여행 일기.

1

_완성된 기차 유치원 모습.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동안 내가 작업한 그 어떤 공간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2_화장실을 조금 더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싶었다. 심플하지만 기분 좋게! 아이들은 학교 건물만큼이나 이 화장실을 좋아한다. 3 _유치원 마당에 파라솔 하나 펼쳐 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일하는 즐거움을 빼앗아가지는 못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자연의 빛에 반하다

시작은 참 단순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선교사님이 한국에 잠시 들렀다가 남아공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만나 식사를 함께하던 중에, 나도 시간만 된다면 남아공이라는 나라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때마침 남편이 30여 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었고, 멀리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 녀석은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한 달 정도 시간이 있다고 하기에 별 고민 없이 선교사님을 따라나섰다. 그간 무얼 하느라 그리 바빴던지 네 식구가 함께하는 첫 여행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까지는 비행 시간만 22시간. 홍콩과 요하네스버그에서 스톱오버를 해서 도착한 케이프타운은 힘겨운 비행 시간을 한번에 잊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하늘빛과 물빛을 보며 그저 부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밝고 화사한 덕에 아프리카 지역의 특징적인 컬러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주황색 흙집, 핑크로 색을 칠한 양철 건물, 물빛보다 더 확연한 블루 컬러의 생선 전문점 등등.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과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임을 확인했다.

4

_군데군데 페인트도 벗겨지고 낡은 건물이지만 어쩜 이렇게 멋질 수 있는지. 아이보리 건물 앞 빨간 색 문이 도드라져 보인다. 5 _컨테이너 박스에 만든 헤어숍. 핑크와 블루와 조화가 새롭다. 소박하지만 색다른 멋이 느껴져서 눈길 갔던 곳. 6 _해변에 늘어선 방갈로.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이 강렬한 컬러의 조합은 색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새롭게 만들만큼 멋지다. 7 _햇살이 워낙 좋은 곳이라 야외에서 음식을 먹을 일이 많다. 야외 테이블에서 찾은 또 하나의 멋진 테이블 클로스. 화이트와 블랙의 조화가 새삼 아름답게 느껴진다.

남아공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을 단장하다

케이프타운은 유럽과 아프리카의 정서가 공존하는 장소다. 오랜 세월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기에 꽤나 멋스러운 유럽풍의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멋진 해안을 끼고 있어 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가지 중의 하나라서 고급 리조트나 쇼핑 타운 등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아공의 원주민들. 일자리를 찾아 먼 곳에서 이주해 온 원주민들은 빌딩 숲이 가득한 케이프타운에서 일을 하고, 밤이면 바로 옆에 있는 그들만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덕분에 케이프타운은 고급 빌딩 숲과 낡은 양철집이 공존하고 있는 특별한 형태의 도시 모습을 하고 있다.

선교사님을 따라나선 여행길, 우리 가족은 자연스레 이곳의 소박한 원주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가질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양철로 만든 유치원을 우리 가족이 함께 단장해 준 일. 시내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원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차역 바로 옆에 아빠와 엄마가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도록 한국의 선교사님이 유치원을 하나 만들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무렵, 건물은 그럭저럭 완성되었는데, 너무 밋밋하고 멋이 없어 보였다. 아이들이 지내는 곳인 만큼 좀 더 동심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우리 가족에게 이 유치원의 데커레이션을 완성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그래! 한번 해보자. 몇 가지 색상의 페인트밖에 가진 게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마냥 신이 났다.

1

_싱크대 위, 유리병에 소박한 꽃을 담아 생기를 더한다. 현관문만 나서면 아름다운 자연이 가까이 있는 곳이기에 어렵지 않은 일. 2 _케이프타운의 한 매장에서 정말 귀엽게 꾸민 벽을 보았다. 재치 있는 그들의 감각에 또 한 번 박수를! 3 _변변한 수건걸이 하나 없던 화장실. 집 앞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선반 사이에 달아 수건걸이를 만들었다. 4 _화장실에 큰 창이 있는데 커튼이 없기에 손수건을 꺼내 밸런스 커튼처럼 달아보았다. 화려한 손수건이 멋진 욕실 커튼으로 변신.

땀 흘리는 시간, 타국에서 느낀 새로운 활력

기차역 옆에 있는 유치원의 특성을 살려 건물 외관을 기차 모양으로 꾸미기로 결정하고 건물에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일을 하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아이들은 시간만 나면 얼굴을 삐죽 내밀고 우리를 쳐다보곤 했다. 조금은 쑥스러운 듯 웃는 그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남아공의 뜨거운 태양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사실, 건물에 그린 그림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우리 네 가족 중 누구도 미술을 전공한 사람은 없으니 도안도 특별나지 않고, 완성도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과 정성만은 어느 건축가의 작품보다 값진 것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감동을 가득 안고 돌아오다

2박 3일의 시간이 지나 드디어 기차 유치원이 완성되었다. '봉사'라는 거창한 말은 붙일 수가 없다. 모르긴 해도 아이들보다 우리 가족이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만큼 나이가 들어서, 이렇게 땀 흘리며 행복한 경험을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참 오랜만에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해준 케이프타운에서의 한 달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나는 인테리어 스타일링이라는 일을 '직업'으로 여긴 적은 별로 없다.

그건 그저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그 사람들이 사는 집에 대한 관심으로 영역이 넓어진 것이었고, 그래서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즐거웠기에 했던 일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마음이 시들해진 듯싶다. 예전 같은 설렘이나 감동이 덜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남아공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순수하고 거짓 없는 행복을 대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할 여유를 되찾았다. 내가 하는 일이 그들을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한없이 고마웠다. 이 고마운 감동을 기억하며, 앞으로 내 인생은 더 풍부해질 것이란 희망을 보았다. 10년 후, 다시 찾아올 때까지 케이프타운이여, 안녕!

기획_배수은 글 & 사진_신경옥, 안선미

여성중앙 2011 06월호

'인테리어와 부동산 > 인테리어 참고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홈플러스 천안 신방점  (0) 2011.08.20
말레이시아 포트딕슨 thistrle 리조트  (0) 2011.07.17
평택호 있는 찻집  (0) 2011.06.28
핸드폰가게 참고사진.  (0) 2011.06.23
미플  (0) 201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