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좋은글과 유머글

거스름돈 잘못 받은 사람 손 들어라.

가빈 쌤 2014. 8. 27. 10:19

< 거스름돈 잘못 받은 사람 손 들어라 >

 

“여보, 오늘은 누룽지 끓여줘“

남편의 말에 문득 지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시골 출신인 저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자취를 했습니다.

 

월말에

집에서 보내 준 돈이 떨어지면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는 했었어요.

 

라면이 지겨우면

학교 앞 '밥할매집'에서 밥을 사 먹었죠.

 

밥할매집에는 시커먼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오늘도 밥을 태워서 누룽지가 많네,

배가 안 차면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 놈의 밥은 왜 맨날 타누.“

 

저는 친구와 함께 가서

밥 한 공기만 달랑 시켜놓고,

누룽지 두 그릇을 거뜬히 먹어 치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가 너무 늙으셨는지,

거스름돈을 제가 낸 돈보다

더 많이 거슬러 주시는 거였어요.

 

'돈도 없는데 잘 됐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는 거야.

할머니는 우리같은 학생보다 돈도 많으시니까...'

 

그렇게 한 번 두 번,

할머니의 서툰 셈이 계속되자

당연한 것처럼 더 많은 잔돈을 거슬러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달,

어느 날 밥할매집에 셔터가 내려졌고,

내려진 셔터는 좀처럼 다시 열리지 않았어요.

 

얼마 후 조회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심각한 얼굴로 말씀하셨어요.

 

'모두 눈 감아라.

밥할매 집에서 밥 사먹고

거스름돈 잘못 받은 사람 손 들어봐라.'

 

순간 나는 뜨끔했어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 부스럭거리며 손을 들었습니다.

 

'많기도 많다. 반이 훨씬 넘네.'

 

선생님은 침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죠.

 

'밥할매가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아들에게 남기신 유언장에

전 재산을 학교 장학금에 쓰라고 하셨단다.'

 

선생님은 잠시 뜸을 들이셨어요.

 

그리고 아들한테 들었는데,

 

'거스름돈은

자취를 하거나

가난해 보이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더 거슬러 주셨다더라.'

 

'새벽에

그날 누룽지를 끓이려고

밥을 일부러 태우셨다는구나.

그래야 애들이 마음 편하게 먹는다고.'

 

그날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유난히 '밥할매집' 간판이 크게 들어왔어요.

나는 굳게 닫힌 셔터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할머니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할머니 누룽지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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