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과의 이별》
김 부장은 회식 때 된장찌개가 나오면 '그 친구'에 대해 말했습니다.
직원들은 자주 듣는 이야기였지만, 아무도 중간에
자르거나 자리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 말이야. 그렇게 먹는 걸 좋아했거든. 특히 이 된장찌개!"
"하루는 이 된장찌개를 한 뚝배기 끓여 놓고 밥을 비벼 먹는데,
얼마나 맛있게 많이 먹는지 걱정이 다 되더라니까."
그러다 급체라도 걸리는 날엔 김 부장이
그 친구를 업고 응급실을 달려가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안 가고 손을 얼마나 따댔는지 열 손가락이 다 헐었더라고."
"한 번은 나랑 만나기로 해 놓고 나타나질 않는 거야.
그때도 난 된장찌개를 먹다가 급체했다고 생각했지."
거기서부터 김 부장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와의 약속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그날 친구는 병원에서 위암 말기 선고를 받고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친구는 김 부장에게 마지막 부탁을 남겼습니다.
"우리 엄마 틀니 할 때 되면 이삼백만 원만 좀 챙겨줘."
그리고 김 부장에게 적금통장을 건넸습니다.
그렇게 김 부장의 절친은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말하진 않았지만, 직원들은 '그 친구, 그 친구' 하는 사람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의 아내였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차마 '아내'라는 말이 목구멍을 넘지 못해 '그 친구'라고
추억해야 하는 김 부장의 이야기를 직원들은 수없이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듣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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