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군은 지난 11월 10일 지역 내 송악면이 면에서 읍으로 승격되는 경사를 맞았다. 무엇보다 송악면의 인구 증가 배경에는 현대제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2006년 말 기준 1만4400명이던 송악면 인구는 정부가 이 일대를 아산만 국가산업단지로 조성한 후 140여 개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2007년 말 1만8400명,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만8816명으로 증가했고 드디어 올 상반기 2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송악면이 읍으로 승격된 것은 단순히 인구 증가에만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면 이상, 읍으로 승격되기 위해선 인구는 2만 명이며 도시적 산업 종사 가구 비율과 시가지 인구 비율이 40% 이상 돼야 한다. 상당수 면들이 읍 승격 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산업 종사 가구 비율이다. 기업이 많이 들어서지 않는 이상 조건에 맞추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하지만 송악면에는 당진항과 함께 현대제철·동부제철·동국제강 등 대기업이 입주해 있어 이 같은 조건에 맞추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가령 현대제철만 하더라도 현재 코스피시장의 대표 블루칩으로 분류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현대제철의 지난 3분기 매출액(2조500억 원)과 영업이익(1584억 원), 순이익(5720억 원)이 각각 전 분기 대비 5%, 17%, 101%씩 증가했다.
현재 송악면의 인구는 10월 말 기준 2만800명이다. 바로 옆 송산면도 9400명으로 1만 명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들 지역의 인구 증가는 당진군 전체로 이어져 올 10월 말 현재 내국인 13만8106명, 외국인 3032명 등 총 14만1138명(가구 수 5만8526명)으로 시 승격 요건인 15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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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LCD 4대 중 1대가 삼성전자 탕정공장에서 생산될 정도로 호황을 기록하면서 아산시로 관련 기업들의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진은 삼성전자 탕정공자 전경 |
현대제철 배후지 당진 송악면 ‘읍’ 승격대기업들이 터를 잡으면서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주변에 들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선 파주시도 10월 말 현재 32만6236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31만8435명)보다 2.4% 늘어났다. 수치로 보면 미미하지만 1년 만에 7800여 명이 증가한 것은 신도시 등 대규모 주거단지가 입주하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선 아산시도 상황은 비슷해 10월 말 현재 인구는 26만2030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24만5980명)보다 6.5%나 증가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4%로 인구가 매달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아산시가 군에서 시로 승격된 것은 지난 1995년. 지금 공장이 들어서 있는 탕정면 일대는 포도밭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삼성전자가 바로 옆 천안에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시설에 투자했고 추가 부지 확보 차원에서 탕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탕정의 역사는 다시 써지기 시작했다. 관련 기업들이 속속 이전해 오기 시작하면서 충남의 중심은 이제 대전광역시가 아니라 천안·아산이 돼 버린 지 오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아산신도시 입주가 완료되면 2015년 인구 50만 명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 아산시의 설명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도 이들 기업도시들의 공통점이다. 삼성전자·현대제철·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마다 공장 증설을 약속하면서 지역 경제도 다른 도시에 비해 사정이 한결 낫다. 대규모 공장 이전은 지방세 증가로 이어져 해당 지자체의 곳간 살림은 자연스럽게 넉넉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로 아산시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245억 달러(수출 297억 달러, 수입 52억 달러)로 5년 연속 국내 1위를 기록했다. 당진군도 동국제강이 후판공장을 완공했고 현대제철은 연산 800만 톤의 조강 생산 능력을 갖춘 제철소를 현재 건립 중이다. 하청업체들의 ‘당진 러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들로부터 당진군이 거둬들인 지방세(군세만 해당)는 지난해 291억 원으로 2007년 248억 원에 비해 17.3% 증가했다. 이 때문에 재정자립도도 2007년 30%에서 지난해에는 37%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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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
아파트 매매·전세값 상승 ‘쑥쑥’파주시도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에 9조 원가량의 돈을 투자하면서 지역 경제에 선순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의 입주가 계속되면 앞으로 엄청난 고용 유발과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 파주시 재정자립도는 2005년 40.7%에서 2008년 53.6%로 뛰어올랐다. 2007년 말 기준 파주시 사업체 수는 1만6922개로 2003년 1만3736개보다 3186개 업체나
증가했다. 매년 평균 700~800개씩 늘어난 셈이다. 이런 속도로 신설 기업체 수가 빠르게 증가한 곳은 경기도에서 평택·화성 등 일부를 제외하고 극히 드물다.
현대중공업이 제2의 생산기지로 지목한 군산도 이들 대기업들의 공장 신설이 계속되면서 지난 2005년 1200억 원에 불과했던 지방세 징수액이 지난해에는 2248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물론 이 같은 비약적인 증가로 이어진 이면에는 지난 3년 동안 지역 내 397개의 기업이 이전해 온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군산시는 이들 기업들이 군산에만 7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고용 창출만 3만6000명, 인구 유입 효과는 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 인프라 확충은 덤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산시만 하더라도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를 포함한 교육기관 수가 2007년 119개에서 지난해 123개로 늘어났다. 이 사이 시립도서관 수는 27개에서 28개로 1곳이 추가 신설됐다. 파주시도 인구 증가로 2000년 37개였던 초등학교는 2009년 50개로 늘어났고 중학교는 15개에서 19개로,고등학교는 10개에서 13개로 증가했다.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로서의 면모를 한층 더 갖춘 셈이다.
이 때문에 집값도 인근 지역에 비해 상승곡선이 가파르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파주시 아파트 매매 값은 연초 대비 3.34% 올라 경기도 평균치 2.57%보다 높았다. 당진군·아산시도 연초보다 아파트 값이 각각 8.04%, 4.33%씩 상승해 충남 평균(2.58%)치보다 2~3배씩 상승 폭이 컸다. 파주시 금촌동 동현아파트 109㎡(구 33평)는 지난해 1억25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억9000만~2억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아산시에서는 배방읍 롯데캐슬 79㎡(구 24평)가 1억3350만 원(2008년 11월)이었던 것이 지금은 1억5250만 원으로 올랐다. 땅값 오름세로 커 전북 군산시는 올해 정부가 실시한 시도별 조사에서 지난해 대비 9.1%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으로 기록됐다.
아산시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탕정 공장 주변에 올 상반기 동안 삼성전자 사원아파트인 트라팰리스(2225가구)를 포함해 3658가구가 새로 건립됐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당초 예상치를 웃돌면서 지역 경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지하철 천안선이 지나가는 천안시 두정동과 불당동, 아산시 배방면 일대 상업지역은 이 일대 신흥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이 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것도 삼성전자 탕정 공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최근 들어서는 각종 위락시설 건립도 한창이다. 천안시 목천IC 부근에 휴러클리조트를 개발·운영하는 천안리조트 PFV 우종보 대표는 “수도권 이남 지역에 제대로 된 휴양시설이 없다는 데 착안해 개발에 들어갔으며 현재 천안·아산 일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분양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뜨겁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